좋은글

쓸쓸한 풍경

산 적 2006. 3. 22. 16:16
      쓸쓸한 지 오래 되었다. 들 끝의 미루나무 한 그루 내 안에 혼자 서 있은지 오래 되었다. 나뭇잎 무수히 떨리는 소리로 낯선 산기슭 떠도는 지 오래 되었다. 언덕의 나무들을 만나도 그 중 쓸쓸한 풍경만 만나고 강줄기를 따라 가다가도 시린 저녁 물빛 옆에서만 오래오래 머물렀다 서산 너머로 달이 지듯 소리없이 사랑도 저물면서 풍경의 안에서고 밖에서고 쓸쓸한 지 오래 되었다. *글:도종환/쓸쓸한 풍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