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봄이 오는 길목에

산 적 2006. 3. 5. 16:08
    봄이 오는 길목에 글/권영우 그늘진 산골짜기 겨우내 얼어붙은 잔설 녹아내리고 양지바른 언덕배기엔 누렁이가 긴 하품 뿜으며 등에 남은 겨울의 잔영을 털어낸다 눈 속에 파묻혀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온 보리싹이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상큼한 자태를 내민다 사립짝 넘어 갈아엎은 논두렁엔 종다리 꽃소식 물고 와 조잘대고 농부의 가슴에 머물던 입춘대길 마구간 문지방에 비스듬히 눕는다 외투만큼이나 무거웠던 긴 시간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어 제치고 새로운 잉태의 기쁨을 노래하는 자연의 위대한 합창 위축된 뇌와 심장에 고스란히 담아 아직도 여물지 못한 불혹의 작은 바램 책가의(冊加衣) 싸던 마음으로 봄이 오는 길목에 소망해 본다. *책가의(冊加衣) : 책이 상하지 않게 덧입히는 물건 (종이나 헝겊, 비닐 따위로 만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