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그대 떠나가고
빈 마음 한자락을
오늘은 슬픈 영화로 적셔주고 싶다
뜻도 없이 자꾸만 눈물이 나오고
타오르는 그리움에
이젠 말조차 잊었으리니
오늘은 비내리는
변두리 극장에 가서
몸부림쳐 울다 멀어져 간
섬세한 사랑 하나를 보여주고 싶다
무성한 열정 뒤에
닥쳐오는 삭풍처럼
아직도
몇 낱의 잎을 달고 서 있는
외로운 추억을 만나고 싶다
유행가가 휘날리는 간이역에서
흰 슬픔을 토하는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다
삼류 배우가 되어
*詩: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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